혼자서도 잘해요?
어떤 영상, 어떤 기사를 작성할지 나름 계획을 짠다. 적어도 3개월치를 미리 생각하고 이번주 기사를 만든다.
DSLR로 영상을 찍고 프리미어로 편집하고 유튜브에 그 결과물을 올린다.
블로그에 링크로 그 영상과 꼼꼼하고 세련되게 기사를 정리하여 게시한다.
마찬가지로 페북에 내가 만든 영상과 링크를 걸고 그 영상과 관련된 기사를 정리하여 게시한다.
페친들은 내가 올린 영상과 기사를 읽고 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며 기사가 전파된다.
트윗도 마찬가지... 수익은 블로그와 유튜브의 광고 수익...
1인 미디어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좀 해볼 만 한가?
그런데 한 번 해 보라. 말이 '뉴미디어', '1인 미디어'라고 하지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 간 듯 할거다.
생산의 자급자족을 위해 시대적 전문성(?)을 다 안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해야 하니 이 대명천지에 웬 말인가.
이건 자본력에서 밀려 있거나, 사회적 관계망에서 동떨어져 '섬'에 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자본력이 안되면 의기투합이라도 해서 역할 분담해야 할 일이다.
1인 미디어라는 말은 그냥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말이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붐처럼 일어났던 '1인 출판', 하기는 하지만 '잘' 하고 있다는 말은 못들어 봤다.
애초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돈으로 효율을 살 수 있고, 효율이 높아야 살아 남을 수 있으니... 그래서 '돈 놓고 돈 먹기' 아닌가.
돈 없이 개고생하며 겨우 한 2년 걸려 게임이든 앱이든 제품이든 개발해 뜰만 하면, 대자본 집단이 아류 작품 돈으로 쏟아부어 2~3개월만에 뚝딱 만들고 광고로 쳐바르면 게임 끝~. 그런 경우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그렇게 자본의 약육강식(?)의 세계는 냉엄하고 처절한데
그럼 돈 없는 놈들은? 뭉쳐야지. 끼리끼리 뭉쳐 정규전이 안되면 게릴라전이라도 펼쳐야지.
굳이 못 할 일도 아니다.
배워보자-브랜드 저널리즘
자본력 있는 기업들은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마케팅 도구를 2천년 중반_정확하게는 2004년부터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참 네이버가 '지식인 검색'으로 뜨기 시작하고 다음이 '다음우표제'로 말아먹기 시작할 무렵이고 싸이월드가 주름잡고 있을 시점이었다. 또 블로그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던 시절이었다. UCC란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Web 2.0이라는 말도 2004년에 처음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시절이다. 또 이 해에 가장 주목할 일은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오픈했던 해이기도 하다.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했던 이 브랜드 저널리즘을 '1인 미디어'(또는 미디어 게릴라)에 살짝 갖다 얹으면
아, 어떻게 적용하고 어떤 역할을 나누면 되겠다가 눈에 보인다. 그래서 배워보자,
2004년 맥도날드 글로벌 마케팅 총괄 래리 라이트(Larry Light)가 브랜드 저널리즘 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는데,
“광고와 브랜드 포지셔닝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마케팅은 한계에 도달. 소비자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마케팅 테크닉으로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해야 한다”
“기업의 홍보 마케팅 담당자는 ‘잡지 편집장’처럼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즉 브랜드 저널리즘은 한 기업이 잡지사나 신문사 또는 방송국을 인터넷 공간에서 하나 차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 매스미디어 회사를 차리는 건 아니고, 소비자와 소통 할 수 있는 홈페이지(웹2.0) 하나 구축해 놓고 기사를 만들고 뉴스룸에 기사를 축적한다. 고객들과 댓글로 교류를 가지며 퀴즈와 UCC를 응모하면 보상을 주며 유대감을 높힌다. 적당한 제안이 있으면 그걸로 '고객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확산시킨다. 그런 모델이 바로 브랜드저널리즘이 추구하는 핵심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의 생산과정
브랜드 저널리즘의 생산과정은 통상 잡지사나 신문사에서 기사를 생산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기업에서 '사외보'를 만드는 프로세스를 웹에다 적용한 것이라 보면 틀림 없다. 다만 소비자 또는 구독자와 즉각적인 인터랙션을 활발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오프라인과 다르다는 점일 것.
- 첫째, 정기적인 콘텐츠 편집/기획 회의,
- 둘째, 생생한 스토리 생산을 위한 현장 취재
- 셋째, 업계 및 사회적 이슈 뉴스에 대한 팔로우업
- 넷째, 구독자와의 관계 관리
그런데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2007년 애플사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고 곧 주머니에 컴퓨터 한대를 넣고 다니는 시절이 된 것이다.
최근의 보고서(PEW RESERCH CENTER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의 63%가 소셜 미디어로 뉴스를 접하고 있단다.
2013년과 비교해 2015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인구가 평균 약 11~16% 증가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의 데이타이긴 하지만 추측컨데 우리네와 그리 차이나 보이진 않는다.
아주 개인적인 가족, 친구들과의 소통 수단이던 페북과 트윗이 이제 뉴스소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이는 페이스북과 트윗이 지향하는 플렛폼 운영방향에 힘입은 바 크다.
언론사 사이트에서 어떤 기사라도 그 하단이나 상단에 꼭 들어가는 SNS[공유]하기 단추.
기사를 읽고 맘에 들면 SNS에 소문내 달라는 단추인데 이 단추 덕분에 기사를 전달하기 편해졌고 이 손쉬운 링크 걸기 덕분에
뉴스 소비가 증가된 가장 큰 이유이다.
얼마 전까지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주로 소비되었던 뉴스가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SNS에 적합한 형태로 뉴스기사를 다듬어 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카드 뉴스]라는 놈이다.
우리나라의 대형 신문사들 조차 요즘은 SNS를 위해 카드뉴스 제작부서를 신설하거나 그래픽 팀을 재편해서 시류에 맞게 대응하고 있다.
모바일 화면에 맞게 사진을 크롭(상기 사진은 640*640pixel로 제작)하고, 기사들도 모바일에서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였다.
사실 글쓰기에 있어 언론 보도용 기사작성법과 광고용 카피라이팅이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이런 카드뉴스는 오히려 광고용 카피라이팅에 가깝다. 글이 압축되어야 하고 이미지가 시선을 끌어야 하니 그냥 기사라 하기 보다 광고다. 그런데 기사는 객관성 획득이 중요하니 광고와는 또 다르게 근거가 꼬박꼬박 차 있어야 한다. 보기에는 쉬워도 참 어렵다.
거기에다 요즘 잘 활용하는 인포그라피까지 동원하여 카드뉴스를 만든다.
참 용쓰는게 보인다. 정성도 이런 정성이 없다. 아주 숟가락으로 떠 먹여주는 정성이다.
이런 걸 보면서 요즘 세태가 글을 읽니, 아니니를 따진다면 귀하는 미디어계를 떠나는게 좋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어린이는 어린이 눈높이에서 말을 하듯
청취자, 정보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바람직한 콘텐츠 생산을 위한 고려 사항
브랜드 저널리즘으로 장사하는 친구들이 바람직한 콘텐츠생산을 위해 다음과 같은 것을 고려하라고 말한다. 귀담아 들어 보자.
1. 구독자에 주안점을 두라
구독자의 주의를 끌 '무엇'과 구독자에게 이익을 줄 '방법' 항상 고려하라.
브랜드 저널리즘은 브랜드를 조직화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를 조직화하는 일이다.
2. 목소리를 찾으라.
현실적인 인물을 찾고, 그들이 바라보는 눈을 통해서 스토리를 전개하라.
3. 신뢰성이 있어야.
국가적 트랜드나 큰 구도와 연관을 지어면 신뢰도 상승
제3자가 생산한 통계나 사실(fact)로 신뢰성을 완성하라.
4. 단순해야
'기술적인 대화'가 아니라 소비자의 언어로 말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라.
5. 시각을 생각해자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보자 -- 백마디 말보다 비디오, 사진, 그래픽등 시각적 자료 1컷이 더 좋다.
6. 비 브랜드 (un-brend) 콘텐츠
브랜드 저널리즘은 브랜드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저널리스트의 임무는 비 브랜드적 콘텐츠로 브랜드의 실재를 어떻게 매끄럽게 엮어내는가에 있다.
말이 길어졌다.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해 한가지만 더 정리하고 이 글을 닫기로 하자.
브랜드 저널리즘과 콘텐츠 마케팅
자칫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먼저 브랜드 표방의 정도나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브랜드 콘텐츠 마케팅 활동은 타깃 오디언스들의 정보 조사부터 재구매에 이르기까지 세일즈 사이클 단계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을 목표로 하는 반면, 브랜드 저널리즘은 전문 주제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고, 타깃 오디언스들에게 전달하는 부분을 더 강조하는 경향".
가령 어떤 브랜드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게 콘텐츠 마케팅이라면, 그 스토리텔링 과정을 기사화 해서 뉴스로 만드는 것은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구분이다.
즉 콘텐츠 생산 < 콘텐츠 전달
이 정도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장악 되는지...
부분별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다음 각론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이 브랜드 저널리즘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 마케팅 기법이 미디어 게릴라들에게 유용한 팁이 될 것 같아서이다.
아주 기본적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늘 간과하기 쉬운 함정들이 있기에 한번 더 되새기는 의미로 정리해본 것이다. 참고가 되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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